모텔을 운영하면서 정말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보았다. 보통 숙박객이 퇴실하면 프런트 직원이 퇴실한 객실을 점검한다. 퇴실 점검의 가장 큰 목적은 객실 내 파손이나 도난품이 없는지, 분실물의 유무를 파악하고 객실 환기를 빠르게 시키기 위함이다. 오늘은 바쁘니 퇴실 점검을 하다가 적발된 폐급 인간 2명을 소개한다.
1. TV를 주먹으로 쳐서 액정을 박살내놓고 퇴실한 인간.
파손비를 요구했더니, 자신이 그랬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재물손괴죄로. 그러나 1년째 경찰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당시 TV를 새 스마트 TV로 교체한 지 반년도 안 되었기에 스트레스가 하늘로 치솟았지만, 뭐 어쩌랴. 경찰도 증거 없다고 잡지도 않고, 잡을 생각도 하지 않는데. 심지어 그 인간은 객실 들어가기 전부터 객실복도와 비상문 객실문을 발로 뻥뻥 몇 번이나 찼다. CCTV로도 찍혀서 당연히 시인할 줄 알았는데...
웬걸, 객실 안에서 그랬다는 증거가 없어서 우린 TV 하나 날렸다. 현재 그 파손된 TV 아직도 보관중이다. 대체, 나는 뭘 기대하는가.
2. 커피포트 안에 담배꽁초가 수북한 종이컵을 넣고 퇴실한 인간.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정말이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 우리 모텔에 다녀갔다. 모텔 객실 안에는 금연 표지판을 세워놨다. 금연표지판을 불로 지진 인간도 봤고, 금연 속지를 꺼내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인간도 보았다. 심지어 아크릴로 된 금연 표지판을 박살 내놓은 인간도 있었다. 대부분 이런 인간들은 절대로 야놀자, 어플을 이용해 투숙하지 않는다. 물론 카드 결제도 하지 않는다. 꼭 현금 결제한 인간들이 이런 짓을 저지른다. 그래서 현금을 결제하는 투숙객을 만나면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불안하다. 정말 6 대 4의 비율로 현금 결제하는 또라이가 참 많다.
결론 : 청소팀이 커피포트 안을 매일 체크하지 않는다. 그래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 꽁초컵에 물이 흥건한 것을 보았을 때 3~4일 내의 인간으로 추정된다. 해당 객실에 투숙한 사람들 이름 외워뒀다. 분명 범인은 또 올 것이다. 찾아내고 말 것이다. 그래서 매일 커피포트 안을 체크하고 있다. 커피포트 일주일째 뜨거운 물로 끓이고 있다. 스테인레스인데 담배 냄새가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다. 화가 더 난다. / 결국 커피포트 버렸다. 뭔짓을 해도 담배 냄새가 남아 있어서...
📌 그외 기억나는 투숙객
1. 전기도둑
- 3만원 숙박에 전자렌지까지 들고왔다. 전자렌지, 노트북, 전기자전거, 휴대용 안마기까지 객실 안에서 충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에어컨까지 트는 한 여름에 정말 남는 게 없는 장사란 이런 것이 아닐까. 로비에 전자렌지가 있다고 안내까지 했지만, CCTV를 보니 기어코 주차장에서 전자렌지를 들고 객실로 들어갔다.
2. 쓰레기 처리
- 자동차 안에 쌓아두었던 쓰레기를 양심없이 처리하는 사람들. 비닐봉지 1개 정도의 양은 정말 양반이다. 심지어 배달 음식을 차에 넣어두고 며칠 다녔는지 순대국밥 2그릇을 봉지에 싸서 주차장 한 구석에 당당하게 내리고 사라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곰팡이가 둥둥. 정말 인생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인가 싶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가전제품 택배 박스를 통째로 버리고 간 사람도 있었다. 사람키만한 박스였고, 안에는 스티로품 완충제로 꽉 차 있었다. 이 사람은 대체 뭘 사서 모텔까지 가지고 들어온 것인가. 일회용 커피컵 안 가득 담배꽁초를 채우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는 건 일상다반사. 언젠가는 박스 하나가 통째로 버려져 있길래 무엇인가 하고 안을 봤더니... 유통기한이 5개월이나 지난 팩 우유 대략 30개 정도가 들어있었다. 그날, 나는 그 우유를 하나하나 뜯어서 배수구로 흘려보내면서 할 수 있는 욕을 다 퍼부었다.
3. 사랑 싸움
- 사랑 싸움도 정도껏이지, 객실 복도까지 알몸으로 나와서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새벽 4시에 나는 얼마나 놀랐겠는가. 게다가 여자쪽이 객실 전화로 걸어 내게 경찰 신고를 부탁하기까지 했다. 남자는 술에 취해 거의 정신이 나가 있는 듯 했는데, 그 상태로 1층 로비까지 내려와서 (빤스차림으로) 배달 음식을 돌리기까지 했다. 결국 심각한 데이트폭력이 의심되어 경찰에 신고했다. 몸싸움이 벌어진 뒤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객실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가보니, 그 10분만에 두 사람은 뻗어 있었다. 여자는 이불에 폭 싸여 보이지 않았고, 남자는 그 위에 여자를 껴안듯이 자고 있었다. 경찰은 만약을 위해 주차장 차량을 살펴보았는데, 투숙객의 자동차 앞유리가 2곳 박살나 있었다. 누가봐도 야구 방망이 같은 걸로 내리친 듯이. 나만 혼자 심각했나, 경찰들은 그냥 돌아갔다.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전자렌지에 쏟은 음식 국물을 걸레로 닦고 있는데 다시 경찰이 왔다. 왜 왔냐고 물어보니, 여자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그렇다, 경찰들은 이불속에 있는 여자는 보지도 않고 그냥 문앞에서 후퇴했던 것이다. 2번째 방문에선 경찰이 여자를 흔들어 깨워 다시 한번 물어봤고, 여자는 싸워서 홧김에 신고해달라 그런 것이라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 투숙객 커플은 2번을 더 왔는데, 2번 다 입실하기 전 주차장에서부터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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